덕수궁에서 /담채
황홀한 시작과
쓸쓸한 최후가
둥그런 돌담 안에 멈춰있다
아직도 천둥소리 마른번개 번쩍이는지
蒼然한 경내를 황급히 벗어나는
한 무리 새떼
백 년
이백 년
오백 년
비룡飛龍의 금물결 아득히 흘려보내고도 여전히 찬란한 물결
남가일몽南柯一夢을 바라보는
낙엽과 나무와 저 높은 돌계단 하나하나
무엇을 내리며 긴긴 시간의 물거품을 휘젓고 있는가
오늘도 구름은 저를 허락하여 바람의 방향으로 흘러가고
나무는 죽어서도 천 년 바람소리를 듣는다는데
이 땅이 한 바퀴를 돌 때마다 뜨고 졌을
무수한 일출과 일몰
돌아올 데 없는 빛과 그림자 어디에 닿고 있는가
먼 데서 佛頭花 꽃잎 피었다 지고
한 치 앞 저승 쪽에서 또 다른 윤회가 걸어서 오는
천지간 한때
우리가 가고 온 길
다 지우는 바람이여
'自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밀물이 오는 저녁* (6) | 2022.10.02 |
---|---|
구만리장천九萬里長天* (2) | 2022.10.01 |
커피 파는 여자* (0) | 2022.09.30 |
솔새 - 내 사랑 안면도安眠島* (6) | 2022.09.26 |
첫사랑* (2) | 2022.09.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