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이 오는 저녁/담채
물이 온다
어린 고둥이 숨을 참는다
물이 물을 들여
명치까지 차오르는
내 안의 수위
어떤 뜻이
물과 바람 모래의 거처에 나를 세워
영혼을 흐르게 하고
물은 다시 들어 무엇을 내리며 떠나려는가
저녁으로 갈수록
바다는 눈시울이 붉어지고
이생에 전념하는 손들이 물 밖으로 울음을 내밀 때
물금을 새로 그으며
밀물이 오는 저녁
지붕 위에서 고양이가 길게 운다
사람들은 물 위에서 장엄한 하루를 살고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새들은 치성을 드린다
바람을 따라가다
지친듯 멈춘
만조滿潮의 끝물
한쪽이 패인 낮달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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