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월급날/담채
박봉 35년
마지막 월급날
바닥이 드러난 월급통장을 쥐고 생각한다
나는 왜 이 아슬아슬한 월급에
일생이 묶여있었나
이 위태로운 소득으로 식구들은 배가 불렀을까
구내식당 밥사발 앞에서
노을 스러지는 퇴근길 위에서
사무치게 날개를 꿈꾸던 내 월급
나는 몇 번이나 머리를 조아리고
몇 번이나 허리를 굽혀
이 월급을 꼬박꼬박 챙겨온 것인가
소소한 바람에도 늘 흔들리던 길
바람 부는 날에도
비가 오는 날에도
섞이고 싶지 않은 마음들과 손을 잡고
얼마나 무섭게 달려온 길인가
저만치 출구가 보이지 않는 골목 하나가
노을을 감싸 안고 미로처럼 이어져있다
몽상의 언저리를 떠돌던
간절한 밤이 가고 불면의 밤이 오고
새것들이 가고 헌것들이 오고
말을 하고도 할 말이 많은 오늘
마지막 월급을 받아들고
두 눈을 감아본다
성불한 듯
마지막 공궤를 받은 듯
2007. 01
NOTE
멀리도 왔다.
생계의 단호한 턱을 넘어 비바람 눈보라 사이를 숨차게 헤쳐
바위처럼 금간 상처를 들여다보며
몇 십 년을 그렇게 달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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