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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

산정山頂에서*

by 담채淡彩 2022. 12. 19.

산정山頂에서 /담채

 

​바람이 우는 도봉산 산정

적막에 금이 간 듯

세상의 모든 소리를 인멸하고

바람만 걸친 한 점의 적막

억새풀도 나무도 바람이 불어가는 쪽으로 일제히 엎드려있다

엎드린 채 그대로 삶의 형식이 되어버린

낮아서 지혜로운 것들

마음 깊은 육신의 죄 눈물겹다

 

​이 황량한 산정에서 고독과 싸우다 선 채로 죽는 것은

도도한 산정의 질서다

바람과 비에 깎인 풀과 나무들이

마른 피 같은 이파리 몇 개씩 붙들고 있다

육신의 무게를 다 버린

의지의 표상만 남아 있는 고립무원의 저 자리

 

​산이 슬퍼 보일 때가 있다

한때 밀림의 흔적을 기억하는 풀과 나무들

울음꽃이 피었다

바람이 신음을 뱉어낼 때마다

밟힌 풀이 일어서듯

슬픔이 깃든 뼈를 수만 번 뉘었다 세우며 살아남아있는 것들

높은 곳에 뿌리를 둔 것들은

뼈가 휘어도 아프다 말하지 않는다

높이를 가진 것들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아는 것들만

살아남아 세상을 굽어보고 있다

경사진 산비탈에 물기 빠져나간 바람의

흰 깃털이 흩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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