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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

부부夫婦

by 담채淡彩 2018. 12. 20.

부부夫婦/강성백


고희를 넘긴
빨간 립스틱 신부 한 사람
빨간 나비넥타이 신랑 사람
만면의 홍조를 떼어내며 금혼식金婚式을 올리고 있다

얼굴도 모르는 채 멋모르고 맺은 약속이
슬하의 다섯 남매 시집 장가 보내고
누대의 적빈을 맨손으로 밀어내게 한 거란다

세상 쓴맛 단맛 다 삼켜 낸 저 눈빛으로
생존의 벌판에서 늦은 저녁까지 품을 팔다 돌아왔을 것이다

부부의 연이란 그토록 저리고 후회 없어야 하거늘

전생에 무슨 인연 맵게 얽혀 나를 만나 등짐 무거운 아내
내가 아니었으면 흑기러기처럼 툰드라로 날아가
물 맑은 어느 강변 아름다운 궁륭에 들어 후사後嗣
이어갈지 모를 일이고

다음 에는 나를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언젠가 말했었다

그 아내가 아침밥을 안친다
한 사내의 수렁에 빠져서 무럭무럭 늙어버린 아내가
현미밥을 안치고 된장국을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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