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가난 /담채
막걸리를 많이 좋아하셨던 詩人 천상병
그는,
밥 먹을 자격도 없는 놈이라고
스스로에게 다그치며
탁한 막걸리 한 사발로 몸을 데웠다
찌그러진 빈 양재기 같이
시퍼렇게 녹슬어 있는 달을 올려다보며
막걸리를 마셨다
세상을 소퐁 온 것처럼 살아냈던 그는
단 한 번
歲月 앞에 무릎을 꿇었다
꿈에서라도 만난다면
막걸리 몇 병과
부침개 한 장 달랑 들고 가 물어보리라
이승의 누더기는 어디에 벗어두고 가셨는지
가난은 어떤 별로 떠
아찔한 빛으로 세상에 오시는지
누님 같던 그의 아내
목순옥 여사가 그의 뒤를 따라갔다
하늘에서 아내를 영접했을 것이다
地上의 모두를 데리고 소풍을 갔다
2010.10
안면도 중장리 해변마을에 천상병 시인이 살던 집을 옮겨 원형대로 복원해놓았다
* 수락산 산자락에서 詩人이 살았던 집
* 천상병 詩人이 글을 쓰며 기거했던 수락산 산기슭 구옥이다.
재개발로 철거가 결정된 이 집을 내가 사는 안면도로 옮겨 그대로 복원했다.
아래 사진은 그가 기거하던 가옥의 연탄을 때던 부엌이다.
1993.04.28 가난했던 한 시인이 천국으로 떠났다.
800여 만원의 조의금이 들어왔다
詩人의 장모는 이 큰 돈을 어디다 숨길까 걱정하다가 퍼뜩 떠오른 것이 아궁이였다고 한다.
다음날 아침 시인의 아내는 하늘나라로 간 남편이 추울 거라는 생각에 아래 사진 아궁이에 불을 지폈다.
조의금은 그렇게 모두 불타버렸다.
평생 돈의 셈 법이 어둡고 돈으로부터 자유로왔던 시인.
그처럼 숫자 계산에 어둡고 어린애 같은 셈법으로 살다간 시인은 '서울상대' 출신이다.
* 집필하던 방, 액자 속 詩는 등단시 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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