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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글, 詩作 note

향일암向日庵에서*

by 담채淡彩 2020. 7. 7.

 

향일암向日庵에서/강성백

 

 

절 마당  아래로 무량한 바다

마디마디 허공을 쥐고 바라춤을 추듯

출렁거린다

산이며 바다며 끝없는 바람소리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마는

물과 땅이 만나는 금오산에 나무 그림자 깊다

몸은 저절로 낮아지고

귀 열고 입산入山하는 것마다 소리를 낮추니

그 떨리는 걸음들이 어느 벌레 하나의 노래여도 좋겠다

이생의 고뇌가 온몸에 기록된 낡은 경전 같은 몸들이

만 가지 근심을 떠메고 애써 오르는 관음전

몸도 마음도 가뭄인 형태로
그 끝없는 발짝 소리 다만 보듬고 가노라면 
언젠가는 내 몸도 새 뼈 얻어 잠깐 반짝이려나 
바다로 달려가다 물을 만나 문득 멈춘 산 뿌리
돌로 된 형상을 버리고
싯다르타의 맨발이 된 바위와 
거북이  바위들도
비 오면 젖고
눈 오면 추우니
우리는 모두
사는 일로 同病相憐인 것이니

 

20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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