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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

철밥통*

by 담채淡彩 2022. 7. 31.

철밥통/담채


배가 고픈 어미 소와 새끼소에게 여물을 주면

어미 소는 새끼가 여물을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린다
축생에게도 이토록 경건한 위아래가 있거늘
 
xx시청에 상담할 일이 있어서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처음엔 제법 공손한 듯 싶더니 몇 마디를 건너가자 
“어~ 어~, 음~음~” 거의 반말투다

60년 풍상 벌써 지나간 내 나이 
목소리만으로도 나이대를 짐작했을 텐데
자식 또래 철밥통은 끝까지 당당하다

나는 끝까지 존댓말을 썼다

 들녘에서는 다 여문 벼이삭이 고개를 숙이는
망극한 계절이다

2007.03

 

 

어느 시인이 말씀하셨던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이놈 저놈에서 이분 저분으로

끌어올려 주는 것이 윤리라고

그것을 가능케 해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사랑은 대상 앞으로 우리의 몸을 한없이 낮추게 만든다.

키 낮은 꽃다지, 달개비 꽃 앞에 렌즈를 갖다대고 있는

저 분. 얼마나 큰 사랑이 담겨있기에 땅바닥에 한사코

몸을 붙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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