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도歲寒圖 /담채
바람이 분다
생각 속에서 환생하는 길들
어디로 가는 길이길래
바람으로 흩어지며
생의 마디마디를 이리도 저미는가
추워라
외진 바다 기슭
그 어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유배의 길 위에서
헝크러진 삶을 쓸고 있는가
황량한 빈들에
푸른 송백松柏과
그 아래
초막 한 채
녹지 않는 눈雪을 이고
덧없는 세상
다시 보고 있다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짐승들이
끝내 운다
* note
歲寒圖는 秋史 金正喜(1786~1856)가 59세 때 유배지 제주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에게 서책을 보내주는 제자 이상적을 위해 그린 작품이다.
그림 전체는 세한도를 그리게 된 동기와 의미를 담은 발문으로 되어있는데 이후
그림을 본 이들의 감상문이 추사의 발문 옆에 11m에 걸친 두루마리로 이어졌다
처음에는 제자 이상적이 그림을 들고 청나라에 찾아가 명사들에게 보여준 후 17명의
제발을 받아 두루마리로 만들었다.
이후 1949년 이 그림을 소장했던 이가 독립운동가이자 사회비평가인 오세창,
초대부통령 이시영, 독립운동가이며 국학자인 정인보에게 그림을 보여주고 감상문을
받아 그 두루마리에 붙여 총 20명의 감상문이 실리게 되었다.
세한도는 그림뿐 아니라 이 제발까지 읽어야 그 진면목을 감상할 수 있는 시공을
초월하여 완성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