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부일기 7 - 애완견을 보내다
필부일기 - 애완견 ‘둥이’
우리집 애완견 18살 ‘둥이(요크샤 1,8kg)’는
귀먹고 눈멀고 그 예민한 후각마저도 완전히 잃었다.
날마다 세 끼니 품에 안고 좁쌀만 한 사료를 한 알 한 알 집어
입에 넣어주고 있다.
사료를 다 먹고 나면 더듬더듬 걸어 다니는데
벽에 문짝에 가구에 쿵쿵 머리를 찧을 때마다 아내는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 같다고 한다.
아내는 둥이의 자세만으로
욕구를 읽어내는데 그 신통력이 놀라울 정도다.
어떤 자세는 사료가 먹고 싶을 때, 어떤 자세는 물이 먹고 싶을 때,
어떤 자세는 오줌이 마려울 때, 또 어떤 자세는 배변신호
아내는 이 자세를 정확히 읽어 그때마다 둥이의 욕구를 충족해줬다.
둘의 교감은 거의 완벽에 가까웠다.
극진한 케어로 전혀 앞이 보이지 않는 둥이를
살피고 있으나 귀 먹고 눈멀고 후각마저 잃었으니
그 예민한 것이 얼마나 불편했으랴.
사람이나 동물이나 세월 앞에서는 별 도리가 없는 것.
살아만 있을 뿐 무두무미한 삶을 살고 있는 둥이는
비록 불구가 되었음에도 최고의 사랑을 받고 있었다.
그렇게 산 세월이 6년여,
2023.12.18(11:00) 17년 째 식구처럼 지내던 애완견 "둥이"가
세상을 떠났다.
不歸의 길을 떠났다.
아무도 함께할 수 없는 눈물의 길
아내는 착한 둥이 목에 자신의 목걸이를 걸어주었다.
2023.12.18
기다림 /담채
열 살 넘은 애완견
‘둥이’를 두고 아내가 외출을 했다
끼니조차 거들떠보지 않는 둥이는
종일 현관 앞에 서서
아내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세상이 떠내려간다 해도
마음은 오직 한 사람
나도 그렇게
사람을 기다려 본 적 있다
20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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