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부일기 8 - 고향을 팔까?/담채
- 2023.12.20
절망하지 않을 정도의 거리에서
늘 그리움의 말로 나를 부르는 고향
그곳에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땅덩어리 몇 조각과 노모를 위해 지어드린
원룸 한 채가 남아있다.
요양보호사 케어를 받으며 홀로 기거하시던 노모께서는 금년 11월 둘째 딸에게
가 계시고 지금은 이 집이 비어있다.
앞으로도 이 집은 계속 비어있게 될 애물단지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날씨가 추워지면서부터 빈 집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수시로 보일러를 점검해야 하고 한파에는 수도 관리
그리고 냉장고 관리 넒은 공터 관리 등 마음 쓰일 일이 적지 않다.
지금은 휴직 중인 이웃의 요양보호사에게 일일이 부탁하여 처리하고 있지만
부담스럽러운 일이다.
이 와중에 의사를 밝힌 적이 없는데도 지인으로부터 매매의사가 없느냐는 연락이 왔다.
종합버스터미널, 하나로마트, 시장, 읍사무소를 비롯한 10여 개의 관공서가 집에서
5분 이내 거리에 위치한 이 집의 위치는 소재지에서도 가장 좋은 곳으로 평가받고 있는
공시지가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내심 두 자녀에게 상속하여 별장으로 쓰도록 하고 싶었다.
천혜의 관광자원인 꽃지해변이 차로 5분 거리에 있어 언젠가 딸과 아들에게
별장 얘기를 했더니 둘 다 마음에 담지 않았다.
쥐고 있자니 신경 쓰일 일이 많고
처분을 하자니 사무치는 고향이 말뚝을 박고 서 있다.
오늘 따라 서쪽 하늘 저 편의 고향 풍경이 유정하다.
2023.12.20
모란이 필 때면 어김없이 비바람 몰아쳐 마당 가득 꽃잎이 낭자했다
생가生家/담채
기억 속에 저장된
선명한 풍경
바다를 알로 품고 있는 충청남도 서쪽 끝
안면읍 00번지 생가
아버지와, 나와, 내 아들이 여기서 태어났다
100여 년 전 조부께서 居所를 세우신 후 4代째 우리 家系의
둥지가 되어었던 곳
2012년 05월
울금빛 기억이 뼛속까지 새겨진 이 가옥이 도시계획사업으로 철거가 됐다
젊어 친정을 떠나온 어머니가
70년을 살아오신 長江이 사라지고
60년 전 아버지가 심은 석류나무는 뿌리째 뽑혀 사라졌다
지켜내야 할 것을 지켜내지 못한 나는
가고 없는 날들이 모여 있는
유적 같은 집터를 바라보고 있다
아, 가난 위에 피어났던 꽃들
큰 산처럼 바라보고 있다
20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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