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老年日記

노년일기73 - 허공을 메우는 삶

by 담채淡彩 2025. 2. 25.

노년일기73 - 허공을 메우는 삶/담채

 

처음으로 을 얻어 어떤 근원과 마주쳤던 순간처럼

바람결에도 쉽게 婚을 다치던 날들이 많았다

단 한번의 눈마춤으로 영겁을 드나드는 인연처럼

혼이 불려나가는 밤이 있다

 

오늘도 햇빛과 바람과 나무들의 살림살이를 가만히 들여다보다

착한 저녁 속에서 꼼지락거렸다

 

하루를 걸어온 길이 당도처럼 끈적거렸다

층층이 쌓이는 잡념들을 씻어내고 있다

그 사이로 문득 아직 야생인 내가 지나가고

낙타를 닮은 내가 보이고 문득 절벽을 오르는 내가 보인다

 

내가 사는 일은 날마다 허공을 메우는 일이다

각을 세워 허공에 집 한 채를 짓고

또 한 채를 짓고 나면 다시 허공이 들어서는

가끔씩은 허공을 짓이겨 강가에 풀기도 했었다

 

돌아보니 아무런 일도 하지 않았다

또 돌아보니 아무 것도 쌓인 게 없다  

그러나 다시 한 번 꽃은 지고 구름은 흩어지고 물은 흐르고

풀잎은 밤새 추위를 탔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年長者가 되고 노년이 되고

세월은 내 生이 소모적이었음을 안다

 

사람들 몰래 지구는 자주 기우뚱거렸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계획을 쏟거나 계획 밖으로 튕겨져나갔다  

담 밖 꽃 진 나무들이 어떻게 바람소리를 듣는지 궁금했다

삶이란 이해되지 않으므로 오해할 수 있어 좋은 것이다

 

2025.02.25

 

 

'老年日記' 카테고리의 다른 글

老年日記74 - 삽  (0) 2025.02.26
글 머리에  (0) 2025.02.25
노년일기 - 구구소한도九九消寒圖  (0) 2025.02.25
老年日記72 - 나는 이미 너무 둥글어졌다  (0) 2025.02.25
老年日記 71 - 안면도安眠島  (2) 2025.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