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부일기4 - 12월/담채
거리마다 사람들은 조금씩 거룩해졌다
한 치 앞을 모르는 세상살이
한 번의 건너뜀도 없이
또박또박 품고 온 발자국이
세월 안쪽 냉기를 만진다
세월의 한 끝에 무겁게 내려앉은 내 생애의 발자국
우리는 신심信心을 닦기도 전에 일주문에 들어섰다
커피를 마시며 창밖을 내다본다
풍경은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
내 마음도 변한 것이 없다
다만 허기가 밀려 올 뿐
이제 추위가 찾아올 것이므로
사람들은 붙어 지내려 애쓸 것이다
지금보다 가난해서 더 행복했던 시절
그리움은 언제나 제로로 끝난다
과장된 세월을 홀로 품은
나의 산맥
어떤 간이역도 다 옳았다고 믿자
20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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