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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常

아프면 귀가 얇아진다

by 담채淡彩 2024. 4. 14.

 

 

아프면 귀가 얇아진다/담채

 
 
삶의 노정에서 외로운 사람들끼리
같은 문제를 가진 사람들끼리 통한다는 것은 따뜻한 일이다.
오늘도 내 문제를 가지고 힘든 싸움을 하며 침을 맞는데
옆자리에 앉아있는 사람이 이런 얘기를 해줬다.
자신은 이 한의원에 다닌지 일 년 반이 지났지만 차도가 없어
인근에 있는 '참사랑한의원'으로 옮길 생각이라며 나에게도

그 한의원에 가보라는 것이다.
아마도 동병상련으로 얘기를 해준 것 같았다


아프면 귀도 얇아지는 것,
사암침을 맞고 나온 나는 지체없이 옆자리에 있던 사람이 말해준
참사랑한의원을 다시 찾았다.
아픈 증상을 말해주자 젊은 여자 한의사는 위장병은 병도 아니라면서
약침으로 쉽게 고칠 수 있다고 했는데 
약침은 1회에 1만원의 비용과 6개월 정도 치료기간이 소요될 것이라
말해주었다. 이 한의원 역시 음식에 관한 얘기가 있었는데 사암침을 

놓는 한의원에서 지정해준 것과는 거리가 멀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러웠으나 일대일로 환자를 상대해주는 후자 쪽에 맞추기로 

하고 지금은 애호박과 양파와 버섯과 낙지나 쇠고기를 잘게 부숴 끓인 

죽을 먹고 있다.


주사기와 비슷한 약침은 대롱 속에 한약재가 들어있었고 복부 주변에

대략 30여 번의 침을 놓았다.
일반 침과 다르게 찌를 때마다 통증이 있었으나 참아내야 하는 일이다.
저녁이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내 책상이 있는 곳 
내 잠자리가 있는 곳
내 좌표와 방위가 있는 곳,
집으로 돌아온 후에야 쓸쓸함을 꺼내 천천히 쓰다듬기 시작했다.
이 싸움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날 수 있기를 빌면서...

 

2024.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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