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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과 評論38

내가 읽은 시 구직광고 / 김윤아 선 아침 살에 취한 저 사내 어디로 가나 첫 새벽부터 파한 인력시장 멀쩡한 사내들도 담배연기 뿜으며 돌아선 뒷걸음의 시간을 짧은 왼쪽 다리에 위태롭게 걸치고 막걸리 한 사발, 김치 한 쪽으로 염치없는 시장기를 숨겨 불과해진 얼굴로 뒤돌아가는 저 사내 발밑을 비추는 그림자 숨은 대낮은 기우러진 어깨 위에 위태로운 사선을 긋고 천만 번을 짓눌려도 고개를 쳐들어 끈질긴 꽃대를 기어코 올리는 민들레처럼 누렇게 뜬 생계를 짊어진 채 절룩절룩 낮술로 취한 태양이 이죽거리는 거리에 멈춰 서서 멍한 시선으로 하늘만 바라보는 저 사내 어디로 가야하나 구두를 벗다 수염은 뭔가 말을 하려고 밤새 입 주변에서 자랐다 아이는 면도기 속에 수염을 먹고 사는 곤충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전기면도기 보호망 속에서 .. 2017. 11. 1.
김영승 시모음 반성 16 / 김영승 술에 취하여 나는 수첩에다가 뭐라고 써 놓았다. 술이 깨니까 나는 그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세 병쯤 소주를 마시니까 다시는 술마시지 말자 고 써 있는 그 글씨가 보였다. 반성 21 / 김영승 친구들이 나한테 모두 한마디씩 했다. 너는 이제 폐인이라고 규영이가 말했다. 너는 바보가 되었다고 준행이가 말했다. 네 얘기를 누가 믿을 수 있느냐고 현이가 말했다. 넌 다시 할 수 있다고 승기가 말했다. 모두들 한 일년 술을 끊으면 혹시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술 먹자, 눈 온다, 삼용이가 말했다. 반성 39 / 김영승 오랜만에 아내를 만나 함께 자고 아침에 여관에서 나왔다. 아내는 갈비탕을 먹자고 했고 그래서 우리는 갈비탕을 한 그릇씩 먹었다. 버스 안에서 아내는 아아 배.. 2016. 1. 26.
- 무의미 시의 이해- 무의미 시의 이해- 제 1 강 - 무의미 시의 이해- 지금까지 시의 역할은 인간의 희노애락을 전달하는 수단과 방법이었다. 슬픔. 기쁨등 우리의 정서를 표현하고 또 작품 속에 철학을 담아 민중을 깨우치는것이 시의 역할이고 기능이었다. 그런데 현대 시론에서는 시는 그냥 시라는 것이다. 시는 그냥 스스로 존재하는 실체일뿐 인간의 필요나 용도에 따라 만들어지고 쓰여지는 도구나 장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종전의 시론에서는 "시가 굳이 철학적일 것까지는 없다." 라고 했는데 현대 시론은 철학이 끝나는 자리에서 비로소 시는 시작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결코 노하거나 슬퍼하지 말라." 는 그 유명한 푸쉬킨의 시는 냉정히 말해 금언이나 격언이지 시가 아니라는 것이 요즘 시론이다.. 2014. 8. 7.
묵화墨畵 묵화墨畵 /김종삼 물 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했다고 * 사람의 마음을 찡하게 울리는 詩 한 편을 다시 읽었습니다. 마음에 바람구멍을 내듯 무언가 깊이 지나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충만한 여백 속에 서성이다 보면 어느새 당신은 詩人입니다. 오늘 하루도 평범하고 소박한 꿈으로 여리게 살아가는 우리여, 세상의 광명은 저 높은 엘리트의 마을에 있지 않습니다. 낮게 흐르며 따뜻함을 잃지 않는 우리들이 세상의 주인입니다. 김종삼 시인의 시들은 대부분 짧은 것들이어서 조금 말하고 한참을 쉽니다. 27세에 월남하여 평생을 가난 속에서 술과 예술과 고전음악을 즐기며 '북치는 소년'처럼 산 시인이었습니다. 2012. 6. 8.
存在로서의 生命 存在로서의 生命/ 살아 있는 모든 것에 본시부터 생명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생명의 가장 원초적 단계로 볼 수 있는 것은 Virus라고 하는 극히 미세한 생명체인데 이것은 자기복제능력이 있는 DNA를 포함한 단백질과 지방의 복합체라고 할 수 있다. 생물과 무생물의 차별점이 자기복제능력.. 2012. 5. 3.
문학평론 문학평론 문정희의 [성공시대] 오세영의 [욕정] 최동호의 [해골바가지 두드리면 세상이 화창하다] 최정애의 [아기 되던 날] 원구식의 [서울야곡 2002ㅡVer.3.0] 함순례의 [사랑법] 조정인의 [지하드]를 중심으로 논의해본다. 재미가 없는 시가 너무 많다. 내가 맛보고 싶은 시의 재미는 'interest'.. 2012. 3.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