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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學과 評論38

자전거 타고 방 보러 간다 여름의 초상/헤벨 여름의 마지막 장미가 피었다 그것은 금새 피라도 흘릴 것 같이 붉었다 섬뜻해진 나는 지나는 길에 말했다 인생의 절정은 죽음에 가까운 것이라고 바람의 입김조차 없는 날 흰 나비가 소리도 없이 지나갔다 그 날개짓이 공기를 흔든 것도 아닌데 장미는 그걸 느끼고 지.. 2011. 7. 23.
길들이는 힘에 저항하는 부정적 지성 길들이는 힘에 저항하는 부정적 지성 이 양 현 1 이수명의 ?고양이 비디오를 보는 고양이?와 유홍준의 ?喪家집에 모인 구두들?는 시적 성향이나 기법면에서 확연한 차이가 나는 시편들이어서 양자를 한 자리에 논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세계를 해석하고 수용하는 방식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폭넓은 접점을 공유한 시인들이다. 시는 억압과 길들이려는 힘에 대항하는 부정의 지성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비천한 삶의 언저리를 쓰다듬어 그 삶과 하나가 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수명의 시는 부정한 현실에 날카로운 비수를 들이밀면서도 그 현실을 어루만져 다독여 줄 수 있는 따스함을 지닌 시편들이다. 시인은 폭력적인 억압구조 속에서 외로운 자유를 꿈꾸며, 정신의 심연에서 생의 기억들을 길어 올리는 ‘사고의 받아쓰기방식.. 2011. 5. 24.
그 고난한 여정의 기록 그 고난한 여정의 기록/이 윤 정 김혜순의 이번 시집, ?한 잔의 붉은 거울?은 종합선물세트다. 말하자면, 이 시집은 그녀가 천착해온 ‘몸’과 ‘여성’의 연장선상에 있는 동시에 소결이며 이미지와 알레고리의 잔칫상이다. 그 안에서 나/너의 대립은 ‘나는 누구인가’ 라는 존재증명의 철학적 질문을 낳고, 이 질문의 연결고리를 통하여 유영하다보면 숨이 차오른다. 배도 부르다. “너무 많이 차리신 거 아니에요?” 라는, 감사함과 부담스러움을 동시에 담은 인사치레가 절로 나온다. 그러나 여기서는 화려한 반찬들은 잠시 뒤로하고 그녀가 정성스레 뜸들인 ‘밥’에만 주목하려한다. 입맛을 돋우는 것은 반찬이지만 결국 배를 채워주는 것은 밥, 곧 이 시집을 가로지르는 시인의 근원적 인식이다. 그녀의 잔칫상을 살펴보자. 밥만으.. 2011. 5. 24.
정직성과 남성다움의 시적 매력 정직성과 남성다움의 시적 매력 ― 심연수의 시정신과 시세계를 중심으로 엄 창 섭 1. 정직한 시어의 구사력 근간 민족시인으로 새롭게 조명을 받는 심연수(1918-1945) 시인의 시적 언어는 정직하다. 그는 일제 강점기에 몸담았던 어떤 시인보다 표현하고자 하는 즉물적 대상에 관하여는 주저함이나 망설임 없이 곧장 투명한 언어로 그 틀을 엮어 가는 힘을 지니고 있다. 그의 시편은 정직한 언어의 행보에 있어 지나친 시적 구사는 언어의 유희나 군더더기로 인식되기에 앞서 가공되지 않은 일상의 어법으로 처리되어 질감의 투박함이 그대로 자리해 있다. 연구자는 앞서 「심연수 시인의 문학과 시적 층위」1)라는 논제의 글에서 ‘심연수 시의 특성과 경향’을 시의 유연성과 병폐성, 전통의 인식과 고향 회귀성, 시의 호방성과 .. 2011. 5. 24.
두두물물(頭頭物物)과 현상에 대한 시적 탐구 두두물물(頭頭物物)과 현상에 대한 시적 탐구 - 오규원의 날이미지시 읽기 이 연 승 1. 새로운 관념 해체의 방식과 ‘날이미지’ 오규원은 60년대 이후 다양한 시작 방법론의 모색으로 독특한 입지점을 구축해온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중진 시인이다. 언어와 시쓰는 방식에 대한 자의식을 바탕으로 쓰여지는 그의 시들은 모더니즘적인 편향성을 강하게 보이고 있다. 그는 언어와 시쓰기 방식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고 자신을 둘러싼 사회 현실과 존재론적 현황을 직시하는데, 세계 속에서 사용되는 의미나 관념을 획일적으로 고정시키고 자기 동일적인 의미만을 재생산하는 것을 항상 경계해 왔다. 초기의 관념 해체의 시와 중기의 문명비판시․장르 해체의 시를 거쳐 90년대 이후에는 환유적인 시쓰기로 전환을 가져왔는데, 이는 시적 사유의.. 2011. 5. 24.
한국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새로운 접근 한국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새로운 접근 한 태 호 I. 포스트모더니즘의 배경과 성격 1) 서구의 포스트모더니즘 사상 배경 시 사상은 역사의 퇴적층 위에 쌓여간다. 만물과 언어, 존재와 표상, 중심과 주변의 관계에 대한 사유는 중심을 세우려는 시도와 그 중심을 해체하려는 접근이 가능.. 2011. 5. 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