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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157

장마 장마/담채 이끼만 속절없이 푸른 오솔길에숙우(宿雨) 하염없다목마른 대지의 그 뜨거운 볼을 타고 탄식같이 흐르는 빗물억새풀 질경이 강아지풀 개망초하 많은 잡초 속 슬픔 한 입 베어 문 산딸기 빨갛게 젖고 있다생(生)은,어디서 시작해서 어디서 끝나는지그것도 모르는 지렁이 한 마리지뢰밭 같은 오솔길을 느릿느릿 기어간다  밤비/담채 비 내리네부옇게 먼지가 일던 世上에 가뭄에 시달린 물고기 하나아스라이 길 떠나네 적막의 질그릇에 고이는독대(獨對)의 빗소리가한없이 끌고 가는육중한 밤이여 2024. 7. 7.
2024.07.08. 외 2024.07.08. 만성복통으로 약침을 맞고 있다.침을 꽂는 여자 한의사 曰 통증은 지극히 주관적이라 마음먹기 나름이니 마음을 편하게 가지라 한다.침을 맞고 나와 한의사 말대로 '괜찮다 괜찮다' 다짐해 보지만 아프기는 마찬가지다.두 달 넘게 꾸준히 침을 맞고 있지만 통증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데도한의사는 오늘도 같은 얘기를 해줬다.내가 수행이 부족해서 그런가? 오늘도 나는 ‘모든 건 마음먹기 나름이다’ 되뇌고 있다.  미완성/담채 나는 '최후의 심판'을 믿지 않는다같은 이유로 천당과 지옥도 믿지 않는다神들이 최고로 공들인 사람의 생은 一回性일 리가 없다그래서 인생은 미완성이다조물주가 가장 공들여 만들었다는 人間의 진화를 나는 믿는다 2024. 7. 5.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린다/담채 비가 내린다나뭇가지를 스친다일만 개의 잎들이 풍경의 한쪽을 찢으며 앓는다내일도 바람은 서쪽에서 동쪽으로 불어제칠 것이다 아파트 숲 건너편 거리의 표정이 유정하다자동차 소리 바람소리 능숙하게 요리하는 이 도시에서나는 우울을 털어내고 있다성하로 가는 길목 나무와 풀들이 시끌시끌한 이 계절을나는 끝까지 사랑할 것이다 2024. 6. 23.
진리는 불편하고 멀다 외 진리는 불편하고 멀다/담채 우리는 神과의 거리를 측량하지만 아직神을 만나본 사람은 없다神과의 거리는 얼마나 될까 우리는 말로만 神과 동행하고 나도 내 안에 神을 만들었다동산에서처럼 神과의 일문일답을 원한다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수긍하면서도내 지구는 언제나 평평하듯이진리는 여전히 불편하고 멀다   그리워하는 일/담채 나는 사람을 그리워했다는 사실을 고백한다시를 읽거나 글을 쓰는 일도 알고 보면 사람을 그리워하는 일이다열심히 그리워하면 서로 닮는다그리하여 끼리끼리 모여산다  안개꽃이 아름다운 이유는 모여 살기 때문이다 2024. 6. 21.
진통제 삼키는 밤 진통제 삼키는 밤/담채  잡념 같은 별들이 수북이 내려앉은 밤  몸에서 흘러나온 그림자가 개기월식처럼 빛을 가리고 있다 東에서 西로 부는 바람에 일만 개의 나뭇잎들이 앓는다生을 안아도 내 몸은 열리지 않고꺼뭇꺼뭇 검버섯이 핀 내 生에 잠시 꽃물이 든다나는 하나의 길도 건너지 못했다가는 비명을 끌어 안은 육신이 땀에 젖는다신열에 쌓인 뜨거운 몸이 죄를 짓듯이진통제를 삼킨다창밖 바람 소리와 그 속에 둥지를 튼 적요가 달처럼 희다  숨어 있던 길들이 어둠 속을 맴돈다이 저주가 풀리면나는 바람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2024.05.27   ***神들이 최고로 공들인 사람의 현실은 一回性일 리가 없다.나는 '최후의 심판'을 믿지 않는다.같은 이유로 천당과 지옥도 믿지 않는다.피조물의 차원상승 진화를 믿는다. 고.. 2024. 5. 30.
기다림 기다림 / 담채 오늘 하루도 당신을눈에다 묻고귀에다 묻고마음에다 묻고 잘 살았다 기도문처럼 흩어지는 마음은언제나 한쪽 귀를 열고당신을 기다렸다   note 누군가를 사랑할 때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과 풍경이 사랑하는 이를 떠올리게 한다.그러나 그것들 중 어떤 것도 사랑하는 이의 부재를 채워 주지는 못한다.사랑하는 이를 대신할 만한 것은 이 세상에 아무것도 없다. 2024. 5.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