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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157

2024.04.30 - 독백 2024.04.30 - 독백 /담채 욕심을 그만 부리라고  하느님께서  병을 주셨다 몇 차례 황사가 지나가자  꽃들은 다투어 피었다 졌다 허공에 가지를 뻗고 파란 잎을 내미는 일꽃을 피우고 열매 하나 새로 허락하는 일까지 혼자로는 어림없는 일이다 나는 나의 생을 계산하지 못한다 사자별자리가 자취를 감추면 봄날이 갈 것이다  꽃이 피었다고 웃을 수만은 없는 그런 날이다 '사랑'이란 말은 내가 하루 중 가장 많이 되뇌인 말이다그 가볍고 가벼운 것이 우리의 눈을 감게 만들고다시 한 번 세월의 더께를 거두게 하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아침이면 알게 되리라밤새 외우고 또 외웠던 경전의 마디가 다 부질없었음을 평정을 잃은 것들이 제 궤도를 한 번 이탈할 때마다세상은 생채기로 가득 차고 그 언저리에 울타리를 둘러.. 2024. 4. 30.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내가 나에게 묻는다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내가 나에게 묻는다 /담채 배가 아픈 뒤로 술 끊고 커피 끊고 담배 끊고 바깥출입도 줄었다 가끔은 마음 둘 곳 없어 되지 않는 글을 쓰기도 하고 섬처럼 살아가는 일에 익숙해져가는 그런 날들이다 이렇게 살다 보면 격조한 세월 탓에 지인들과도 할 말이 없어지고 왕래도 끊어질 것이다 무더기로 핀 라일락꽃 향이 백 리를 달려가는 이 아침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내가 나에게 묻는다 다시 적막할 공간에 채워질 양식과 밤을 지켜줄 불침번은 무엇일까 지금껏 연연하고 집착하며 내가 키워온 것들이 한참을 어긋나 먼 길을 떠나고 있다 2024.04.16 2024. 4. 16.
허기진 생에 대한 연민 허기진 생에 대한 연민/담채 자생의 능력을 상실한 이백 살 먹은 거북이 겨우 관람객이 던져주는 빵 쪼가리 따위에 줄을 서야 한다 갑골의 유적 대신 물이끼를 키우는 등 그 등에 새겨지던 세월의 비밀이 푸른 처연으로 남아있다 우리 모두 너무 오래 살고 있다 2024. 4. 10.
이놈 저놈/담채 이놈 저놈/담채 70 넘은 사람들이 식당에 모여 앉아 이놈, 저놈 부르다 보니 세월이 두 쪽 난 것 같다 한 가정을 일으켜 세운 家長이며 이분 저분으로 불리는 한 사람 한 사람을 이놈 저놈으로 끌어내리는 시간 초등학교 동창 4인방인 우리는 지금 70고개를 지나고 있다 종로의 한복판에서 머리가 하얀 이놈 저놈들이 술을 마시며 저녁놀 질 때까지 무중력의 시간여행을 했다 2024.03.28 2024. 4. 1.
목련꽃 피다 목련꽃 피다/담채 雨中 아랑곳없이 백목련 피었다 동토에 뿌리를 묻고 기도가 하늘에 닿도록 걸어온 길 읽고 또 읽어도 다시 읽고 싶은 生이다 감각을 초월한 빛이다 죽은 나무에게도 나에게도 3월은 봄이었으면 좋겠다 2024.03.27 note 누가 삶의 시간표를 이렇게 짜놓았나. 모든 산 것들이 그 시간표에 길든 짐승처럼 순응한다. 살고 싶다는 생각이 더 많아지는 계절이다. 죽은 마무에게도 나에게도 3월은 봄이었으면 좋겠다. 2024. 3. 28.
노모老母 노모老母 / 담채 까치처럼 가난한 가는 귀먹은 어머니 2년 후면 백 살이 되신다 '오늘'이 언제나 마지막 하늘이다 오롯이 빈손이라 더 명예스러운 어머니 눈물 반 울음 반 골 깊은 협곡을 맨발로 지나오신 한 분 지금 내 앞에 앉아 계신다 2024.03.27 2024. 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