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담채
마른풀 한 포기
한 발 앞에 씨앗을 떨구고
홀연히 길을 접는다
이 아름다운 순환은
하나의 생명의 가장 고독한 사건이다
감나무 가지들은 감만을 생각하고
밤나무 가지들은 밤만을 생각한다
이 일은 한 번도 틀린 적이 없으며
그것들의 목표는 찬란하다
고추는 빨간색으로 고추의 문장을 쓰고
논두렁의 서리태는
까만색으로 콩의 문장을 쓴다
나무도 풀도 야생화 하나까지도
가을이면
씨앗들을 데리고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