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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장글, 詩作 note

갑사에서 길을 묻다-

by 담채淡彩 2020. 5. 1.

풍족하나 늘 가난한 도시의 생활이....

영혼에 대한 무지로 사는 내내 머리가 아팠다...

 

니르바나* / 이재흔

-갑사에서 길을 묻다-

 

 

 

나의 마음속으로 나 있는 오솔길을 따라

서쪽으로 10만억 나라를 지나면 있으려나,

 

 

마음이 고요히 있지 못하는 날, 속세의 주말을 빌려

푸른빛 나무 사이로 열린 길을 따라 나 무작정 계룡산으로 향했네

도회지의 소란했던 마음들이 산문입구까지 나를 따라와

한동안은 속세의 고집과 아집을 무겁게 안고 올라갔었네

 

 

푸른 산 빛 나무사이로 갑사의 대웅전이 버선발로 나를 반기고

허공 저쪽, 풍경이 흔들리는 맑은 하늘에서는

오욕을 벗은 흰 구름들이 양떼처럼 평화로이 풀을 뜯고 있었네.

고요한 갑사 안쪽 요사채에서 간간히 들려오는 웃음기 밴 목소리들은

하나같이 석가모니불의 그 미소를 닮아있었네

 

 

나의 마음속으로 나 있는 오솔길을 따라

서쪽으로 10만억 나라를 지나면 있으려나,

 

 

절구에 묶인 소와 같았던 나는 돌고 또 돌아도 늘 그 자리였었네

비로자나부처님도 노사납처님도 나를 위해 잠들지 못했는데

갑사에서 만난 녹색고래 한 마리, 내게 니르바나로 가는 길을 알려주었네

 

 

모든 순간이 이미 전생인 지금, 나 오늘 갑사에 이르러서야

한 장 월인석보 탁본과 조우하며 티끌처럼 흩어졌던 나를 불러모으네

순간, 번뇌와 망상이 나를 떠나고

단청 끝에 거린 구름들은 하늘 물속으로 유유히 방생되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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