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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

멸치

by 담채淡彩 2023. 11. 15.

 

멸치/담채

 

하늘을 보는 순간 숨이 끊어진 멸치들이
끓는 소금물을 뒤집어쓴 채 조용히 마르고 있다
시월의 건기가 지나가는 이곳은 바람의 귀착지
물로 빚어진 몸에서
비늘이 말라 떨어지고 있다 
이곳의 바람은
살아생전 아프게 품었던 것부터 먼저 말린다
먼 바다를 헤엄쳐온 기억도
풀씨 같은 눈알도

얼마나 오래 마르면 저렇게 흰빛이 될까 
뜬눈으로  말라 미동 없이 누워있는 멸치들이
하나같이 바다 쪽으로 귀를 던져놓고
바람을 뚫고 흘러가는 바다를
하얗게 뱉어내고 있다

뼈도 오래 마르면
거기서 새로운 맛과 향이 생겨난다는데
제 몸의 물기를 다 쏟아내고서야 깊어진 이 맛은 
노랗게 흰 뼈를 우려내며 갈 데까지 간 맛이다
부딪히며 뒤척이며 서로 마주보며
서럽게 깊어진 이 맛은
바다로 돌아가지 못한 멸치들의 마지막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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