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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

구두수선공 아저씨

by 담채淡彩 2018. 5. 22.

구두수선공 아저씨/담채

 

 

공중을 날아다니다 툭, 떨어진 풀씨처럼
낯선 담벼락 밑에 주저앉은 구두수선공 아저씨
열 손가락 열 손톱이 흠집 투성이다

오늘은 이 거리 내일은 저 거리
삶의 줄기를 뻗으며 누추로 떠돌아도
청주에 집이 두 채, 넥타이 맨 아들이 둘, 조강지처 하나
그러고도 생전에 먹고 살 것 다 챙겨놓았다 한다

자본도 필요 없고
학벌도 필요 없어
빈둥거리는 젊은이에게 손기술을 전해주고 싶어도 배우겠다는 사람

아직 만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작은 쇠망치를 쥔 손이
타악기를 두드리듯 신들린 듯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누군가가 벗어던진 발바닥 냄새를 뜨겁게 끌어안고
마치 자신의 生을 갈아 끼우기라도 하는 듯 공들여 구두창을 갈고 있다

오늘도 바람 속에 쪼그려 앉아
낡은 구두 속에 영혼을 심는 그의 몸에서
장구한 문장들이 꿈틀거린다

못 박힌 그의 손은
높은 눈높이들이 많은 삶들을 주저앉히고 있을 때
낮은 눈높이로 삶을 세운 눈부신 길이다

 

 

199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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