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길 위에서

길 위에서 14 - 금혼식 이야기*

by 담채淡彩 2022. 7. 23.

 

길 위에서 14 - 금혼식 이야기/담채

 

 

2023년 3월이면 결혼 50주년이 되는 해다.

이제 우리는 꼼짝없이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되었다.

서로를 가장 잘 아는 우리가 이렇게 함께 늙었다는 것을

기억해줄 사람 있을까?

 

자식들은

엄마가 한때 少女였다는 것을, 아비가 한때 靑年이었다는 것을 믿기나 할까?

 

열대야가 기승인 여름을 지나며

아내에게 불쑥 금혼식 얘기를 꺼냈다.

내년이면 결혼한지 50주년, 금혼식주기인데 중년을 향해 가는

아들과 딸의 축하를 받으며 조촐한 기념식이라도 갖기를

청했더니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다시 생각해도

내 運命에 동행한 한 사람을 이렇게 묶어둔 건 죄였다.

한 사람을 사랑하다 그 일이 負債로 남겨진 세월,

우리는 점점 더 세상물정에 어두워져서 서로에게 몰두할 것이다.

 

2022.07.07

 

 

아내 1 /담채

 

 靈魂 속에 난 길
그 길 위에서
우리는 만났다

緣을 맺은지 40여 년
우리는 서로에게 몰두했다

부모가 된 일
새집을 산 일
두 자식을 독립시킨 일
모두 처음이었다 

자식들은
엄마가 한때 小女였다는 사실을 믿기나 할까

한 사내의 無名을 들여다보며
사는 날까지 그를 사랑하라는 약속이
당신의 魂을 더 고독하게 했을 것이다

 

'길 위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길 위에서 18 - 동행*  (0) 2022.07.23
길 위에서 26 - 고백*  (0) 2022.07.23
길*  (0) 2022.07.23
길 위에서 17 -老年의 길*  (0) 2022.07.23
길 위에서 14 - 문득  (0) 2022.0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