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28 - 해후邂逅/담채
白髮의 초등학교 동창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너도 나도 가난했던 자유당 말기
섬에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50년 넘게 세상을 떠돌다가
일손을 놓고서야 다시 만났다
지구를 몇 바퀴쯤 돌았을까, 머리 위엔 하얀 서리가
앉아있다
우리는 서울의 한복판에서 소주를 마시며
빌딩 사이로 들려오는 물소리에 귀를 닦았다
눈이 내리는 날에도 찢어진 고무신이었던 그때
그때의 가난은 평등하고 따뜻했다
빈곤의 시대를 허겁지겁 달려온 우리에게는
가난도 허기도 그리움일 뿐이다
소금기 가득한 그리움이
남은 生을 끌고 갈 것이다
* note
이 땅에 아무 것도 뿌리내리지 못한 자유당 말기 섬마을 초등학교를 졸없했다.
뿔뿔이 흩어진 지난 50여 년 각자가 열심히 살아왔다.
모 언론사 사장을 지낸 친구는 소주을 사랑한 죄로 간을 잘라내고 일생 교단에 몸 바친
한 친구는 늦게서 술바람을 즐기며 살고 있고, 개인사업을 하는 한 친구는 아직도
돈을 번다. 오래 묵은 추억일수록 그리움도 깊다, 生의 후미에 이르러서야 그리움의
근원을 찾아가고 있다.
2020.10 강원 낙산 비치호텔에 여장을 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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