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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 위에서 66- 아직도 기아飢餓*

by 담채淡彩 2022. 10. 26.

길 위에서 66- 아직도 기아飢餓

 

 

년간 120억 인구가 먹고 남을 만큼의 식량이 생산되는데도

하루에 10만 명이, 5초에 한 명의 어린이가 굶어 죽어가는

초록별이 있다.

우리는 그곳을 지구라고 부른다.

어쩌면 이미 오래 전에 빛을 잃고 우주의 어둠 저편으로

사라졌어야 할 별인데도 여전히 한 줄기 빛을 잃지 않고 돌아가고 있다.

 

아프리카에 다녀왔다는 어느 수녀님 이야기다.

의료혜택이 전무한  밀림지역에서 봉사를 하다보면 수도 없이

말라리아에 걸린다는데  한국의 수녀들은 그때마다 

우리나라 라면을 약으로 생각하고 끓여 먹는단다.

밍밍한 그곳 음식만 먹다가 매운맛에 땀을 뻘뻘 흘리고 나면

감기쯤은 뚝, 떨어지더라는 것.

​한 번은

에이즈 환자였던 센터의 현지 직원이 거의 죽음과 맞딱뜨렸을 때

지금 뭘 해주면 가장 좋겠느냐 묻자

감고 있던 눈을 뜨며

“코리안 수프...!”

딱 두 개 남아있던 라면 중 하나를 꺼내어 끓여주었더니 절반을 맛나게 먹고는

마지막 숨을 거두더라는 것.

기력이 쇠해 병(病)조차 이길 수 없는 아이들에게는

약 대신 양손에 쥐어주었다는 달걀 두 개,

이 계란 두 개의 힘으로 아이들은 하루를 버틴다.    

우리에게는 간식거리에 지나지 않는 라면과 달걀뿐인 식탁 앞에서

오늘도 성호를 긋는 사람들...

문명조차 닿지 않는 땅에서 아무 죄없이 아프고

아무 죄없이 죽어가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이 아름다운 사람들이 있어 

우리의 초록별은 여전히 돌아가고 있다.

 

길 위에서 5 - 옥수수 한 됫박/담채

               

항상 달랑거리는 통장에서

매월 2만원의 돈이 빠져나간다

아이티 지진 난민에게 가는 것이다

이 소소한 한 푼이 사흘을 굶고 한 끼를 먹는

아이티 까만 눈동자 아이에게

한 됫박 옥수수가루로 전해질 것이다

"오른 손이 한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라"

지당하신 말씀 거스르고 쓰는 것은 

지구상의 절망과 눈물의 땅에

더 많은 위로가 전해지기를 희망해서다

아무 잘못 없이 굶어서 죽는 눈이 큰 아이와  

아무 잘못 없이 生死가 갈리는 참혹한 땅에

은혜가 넘치기를 기도하며 쓴다

 

 

* 2010. 06

  달리는 고속버스 안에서 이 글을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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