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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길 위에서 67 - 오지가 그리운 날*

by 담채淡彩 2022. 10. 28.



길 위에서 67 - 오지가 그리운 날


공기를 잘게 저미며 표표히 떨어지는 낙엽 한 장의 파문,
무심히 겨울로 가는 나무들의 자세가 지극하다.
이 사소한 풍경 하나에도 마음이 따라가는 것은 머지않은 어느 날
나 역시도 한 장의 낙엽이 되기 때문이리라.

빠져 죽어도 좋을 만큼 푸르고 깊은 시월 하늘을 보면서

불현듯 오지로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무엇 때문에 오는 병인가. 

***

왕은 왕궁을 버리고
작은 오두막에서 산다는 부탄Butan왕국,

모두가 서로 양보하여 교통사고가 없고, 인간미가 없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시내에도 신호등이 없는 나라
手信號만 하는 나라
군인보다 스님이 많은 나라

히말라야 산중에 위치한 이 왕국은
행복지수가 세계 1위다

고도가 높을수록 행복지수도 높은 건지
히말라야 산중의 부탄왕국도 잉카의 후손들도 행복지수가 높다.
한없이 불편한 곳,
한없이 부족한 곳,

 

나는 왜 한 번도 가보지 못한 땅을 떠올리면서 습한 냄새를 맡으면서

안개 속으로 뛰어들면서 오지로 가는 꿈을 꾸고 있는가

 


고산지대 부탄왕국의 사람들은
미국에서, 일본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일자리를 얻을 수 있어도
히말라야 산중으로 다시 돌아가 그곳에서 일생을 마감한다고 한다.
수입은 적어도 자기 나라에 만족하는 국민들
나는 왜 가보지도 않은 이 나라를 그리워 하는가.

달빛 하나로 밤을 밝혔을 문명 이전의 시대 
사냥에서 돌아온 맨발의 가장이 눈이 큰 아내에게 사슴뿔로 만든 목걸이를 걸어주며 사랑하는 아내를

안아주었을 것만 같은

먼 먼 원시의 시대에도 지금보다 더 깊고 순결한 사랑이 흐르고 행복이 흘렀으리라.

지구촌에 아직 番地(지번)가 없어도
불편하지 않은 나라가 있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다.
우편물은 아주 구체적인
설명을 써놓아야 받아볼 수 있겠지만 얼마나 친화적인 느림의 미학인가.

 

이번 生은

아름다운 이 行星을 빛의 속도로 여행한다

 

우리는 지금

생각과 풍경을 단숨에 지구 반대편으로

보내는 손전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

 

티벳의 라마승도

사막을 건너는 카라반도

잉카의 주술사도 손전화가 있다

 

인류가 쏘아올린 로봇은 원격조정으로

화성에서 물을 찾고

나는 오늘

神이나 쓸법한 이 전파로 천 리 밖 노모의 안부를 챙겼다

 

내가 사랑한 풍경은 

두 발로 걸어가서 너를 만나는 일이다 

나는 왜 불현듯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오지로 가고 싶은가......


202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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