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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낙타 詩를 읽다가

by 담채淡彩 2024. 3. 10.

낙타 를 읽다가/담채 

 

낙타는

다음 생엔 사람이 된다

 

낙타의 모습에는 익숙한 비애가 모래처럼 쌓여 있다

그렇게 뜨거운 모랫바람 속을 걸어가면서

몇 킬로 떨어진 모래 속의 물냄새를 맡는다

 

오백 킬로의 몸무게와

오백 킬로 가량의 짐을 싣고 모래산을 넘는

낙타의 일상.

이 위대한 무릎을 느낄 때마다

내 삶이 그리 가볍게 보일 수가 없다

끝까지 가서도 마른풀 한 단이 보상의 전부인 삶,

어떻게 내가 고독하다고

삶이 무겁다고

아프다고 엄살을 부릴 수 있으랴

 

낙타의 일생을  생각하면서

내 삶이

내 노래가

부디 엄살스럽지 않기를...

 

낙타는 눈물을 저장해 놓고 가볍게 씹는 법을 안다

낙타는

다음 生엔 사람이 된다

 

2023.03.10

 

 

낙타 - 도선사 가는 길 20 / 한승원

 

살아가는 일 모두가 비지땀을 흘리지 않으면 안되는 중노동이었다

돈황의 모래산 밑에서 내가 중국돈 10원 주고 탄 낙타

고개를 외틀어 나를 노려보며 소리친다

 

잘 보아라 내가 네 전생의 모습이다

 

그날 밤 꿈에 나는 낙타가 되어 있었고

전날 내가 탄 그 낙타는 사람이 되어 낙타인 나를 타고 있었다

 

내가 탄 그 낙타

그 모래밭에 그냥 두고 왔는데

내 서재에 낙타 한 마리

부지런히 땀 뻘뻘 흘리며 사람들을 실어나르곤 한다

 

모래산을 타넘는다

 

그 낙타 고삐 끊고 연꽃바다로 도망가려고 발버둥치지만

그 바다는 멀고 먼 사막 모래산들 저쪽에 있고

꿈에 태우고 모래산 넘었던 그 낙타

 

야, 이 새끼들아, 다음 생에서 너희들은 다시 나같이 될 것이다 하고

울부짖으며 오늘도

사람들을 싣고 불볕 사막을 건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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