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 詩를 읽다가/담채
낙타는
다음 생엔 사람이 된다
낙타의 모습에는 익숙한 비애가 모래처럼 쌓여 있다
그렇게 뜨거운 모랫바람 속을 걸어가면서
몇 킬로 떨어진 모래 속의 물냄새를 맡는다
오백 킬로의 몸무게와
오백 킬로 가량의 짐을 싣고 모래산을 넘는
낙타의 일상.
이 위대한 무릎을 느낄 때마다
내 삶이 그리 가볍게 보일 수가 없다
끝까지 가서도 마른풀 한 단이 보상의 전부인 삶,
어떻게 내가 고독하다고
삶이 무겁다고
아프다고 엄살을 부릴 수 있으랴
낙타의 일생을 생각하면서
내 삶이
내 노래가
부디 엄살스럽지 않기를...
낙타는 눈물을 저장해 놓고 가볍게 씹는 법을 안다
낙타는
다음 生엔 사람이 된다
2023.03.10
낙타 - 도선사 가는 길 20 / 한승원
살아가는 일 모두가 비지땀을 흘리지 않으면 안되는 중노동이었다
돈황의 모래산 밑에서 내가 중국돈 10원 주고 탄 낙타
고개를 외틀어 나를 노려보며 소리친다
잘 보아라 내가 네 전생의 모습이다
그날 밤 꿈에 나는 낙타가 되어 있었고
전날 내가 탄 그 낙타는 사람이 되어 낙타인 나를 타고 있었다
내가 탄 그 낙타
그 모래밭에 그냥 두고 왔는데
내 서재에 낙타 한 마리
부지런히 땀 뻘뻘 흘리며 사람들을 실어나르곤 한다
모래산을 타넘는다
그 낙타 고삐 끊고 연꽃바다로 도망가려고 발버둥치지만
그 바다는 멀고 먼 사막 모래산들 저쪽에 있고
꿈에 태우고 모래산 넘었던 그 낙타
야, 이 새끼들아, 다음 생에서 너희들은 다시 나같이 될 것이다 하고
울부짖으며 오늘도
사람들을 싣고 불볕 사막을 건너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