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딸 시집을 간다/강성백
내 딸 시집을 간다
분홍 저고리 청치마 아내
오장육부 따라간다
제 어미가 나를 만나 母港을 떠나왔듯
먼 곳에 있는 마음 하나를 향하여
슬하를 떠난다
제 손으로 꽃 모가지 하나 꺾어보지 못한 것이
아이를 낳고
밥을 안치고
된장국 간을 맞추며
한 가계를 이어갈 것이다
숨찬 눈부심 삭여내며 부모를 떠나야
비로소 완성이 되는 盛婚
훗날 두 사람 온전하거든
눈이나 펑펑 내려라
삼백 예순 날 꽃잎 날리며 살아라
* note
한 해를 걸어온 사람들이 다음역을 기다리며 서성이는 12월
도심의 예식장 주례사는 짧고 붉은 카펫이 정갈하다
나는 자식을 놓고 또 하나의 삶을 실험대 위에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