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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

동행同行

by 담채淡彩 2024. 3. 10.

 

동행同行/담채

 

갯벌 밭에 와불처럼 누워있는
작은 목선 위에 제비가 집을 짓는다
좁은 조타실 뒷벽,

횡행한 바람 속에 만삭의 제비가 집을 짓는다
어느 마을에서 집을 짓다 말고 황급히 쫓겨온 걸까
저 막막한 곳에 큰 꽃을 피우려는 몸부림이
처연하다
저 가여운 미물에게는 이곳에 혈연도 지연도 없으리라
출항을 접은 어부가 집으로 돌아와
둥지가 완성되기를 기다리며
헝클어진 그물을 손질하고 있다
몇 번이고 고개를 돌려 바라보는 바다 쪽
봄이 새롭다
어부는 새로 생긴 인연과 나란히
몇 번의 발자국을 파도 위에 찍게 될 것이다
이 봄 지나고
어디 먼 바다로부터 숭어가 돌아오는 철까지
두 개의 외로움이
저마다의 고달픔을 마주보며
만경창파, 함께 노 저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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