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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

구두 한 켤레

by 담채淡彩 2024. 3. 12.

 

구두 한 켤레 /담채

 
 

아파트 분리수거함 옆
누군가 놓고 간 낡은 구두 한 켤레
항해를 끝낸 폐선처럼 문득 멈춰있다
 
주인은 가고 
남겨진 또 하나의 행로

 

까마득 흐르는 먼 길을 걸어온 밑창에선

흙냄새가 난다

 
날마다 밑바닥을 치며 여기까지 오기까지 
얼마나 많이 걸었을까
 
생이 끝나는 순간에야 놓아주었을
길과 길
아궁이 속 온기 같이 한 웅큼 남겨져 있다 
 
이제,
속절없이 밀려난 유배객流刑客처럼
시절을 잃고
주름만 소슬하거니
 
노고는 길었고
길은 깊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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