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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

덩굴강낭콩을 심다

by 담채淡彩 2021. 3. 18.

덩굴강낭콩을 심다/담채

 

황사 붉게 지나간 봄날
울타리 밑 남향에 덩굴강낭콩 씨앗을 묻었다

겨우내 강을 건너지 못한 오랜 기다림이
발아의 요람을 찾아가는 긴 며칠,
기도가 익는 시간이므로 자꾸만 귀가 자랐다

저 경건한 며칠,
소리 없는 이슬이 발끝을 세웠다 가고 
파란 별들이 발목 근처에서 무수히 떴다 갔다

메마른 땅에서 차오르는 적막의 힘,
오래 앓은 신음과 어둠을 뚫고 온 씨앗들이
마침내 싹을 올려 지상의 소리에 귀를 적신다

저 여린 것들이 잇따라 허공을 쥐고 줄기를 올려
마디마디 콩 집을 매달 것이다

가만히 엎드린 채로 
씨앗들이 걸어온 긴 문장을 읽는다

씨앗들의 빈 무덤
땅 밑이 고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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