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自作詩

부활

by 담채淡彩 2021. 3. 22.

부활/담채

 

태풍 지나간 새벽 바다
간밤 태풍에 물 밖으로 떠밀린
어린 물고기 하나 죽은 듯 누워있다
생애 최초인 듯 마지막인 듯
허공을 응시하는 눈알 딸려온 물빛으로
반짝인다
이따금 아가미를 달막거릴 때마다
한 치 앞까지 다가왔던 파도가 자꾸만 더
멀리로 돌아가는 썰물 한때
굳어 가는 몸으로 얼마나 바다를 당겼는지
비늘의 갈피마다 모래가 끼어있다
물 한 모금이 전부인 저 어린 물고기는
길 밖의 세상에서 마지막 시간을 읽고 있었으리라
얼른 손바닥 위에 물고기를 올려
가만히 무릎의 물 깊이에 놓아주었다
천천히 혹은 빠르게
물결에 섞이며 헤엄쳐가는 구원 하나
다시는 세상 밖으로 나가지 않겠다는 듯
뒤도 돌아보지 않고 이내 모습을 감춘다
울 줄도 모르는 것이
슬퍼할 줄도 모르는 것이
죽음의 문턱을 넘어 제 길로 돌아가는 아침
이렇게 황홀한 바다를 본 적이 없다
일출이 지나간 바다가 부활처럼 빛난다

'自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시 옷*  (0) 2021.04.02
과식過食*  (0) 2021.03.23
덩굴강낭콩을 심다  (0) 2021.03.18
아버지와 그물  (0) 2021.03.18
흔들리는 봄  (0) 2021.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