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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

과식過食*

by 담채淡彩 2021. 3. 23.

과식過食/담채

 

빈 화분에 옮겨 심은 고추 모가 두 뼘 넘게 자라있다

베란다 창가에 우두거니 서서 창밖을 바라보면서

거실에 걸린 TV를 보면서 저만큼 자랐다

습한 바람이 느리게 안개를 먹는 아침

무럭무럭 성장할 것을 당부하며 복합비료 한 줌을 덤으로 얹어주었다

불과 열두어 시간 뒤 잎이 시들고 줄기가 휘기 시작했다

몇 시간이 지나자 실뿌리 쪽에서 더 이상 두근거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지나친 섭생이 毒을 부른 것이다

 

남의 돈 먹다 수갑 찬 정치인 또 TV에 나온다

베란다 창가에 서서 날마다 TV를 시청하던 고추 모들

수천 수만의 길을 내며 썩은 냄새를 어루만졌으리라

허공의 맛을 아는 이슬 투명히 흘러내리는 초여름 아침 

새들이 날아가는 공중이 더없이 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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