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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

기억보다 착하게*

by 담채淡彩 2023. 1. 26.

기억보다 착하게/담채

다람쥐 한 마리가

입안 가득한 도토리 알을 어쩌지 못해

수북한 낙엽 밑이나

우묵한 땅속에 묻어 놓고는

종종 잊어먹는다고 한다

나무 십자가라도 세워놓았으면 좋았으련만

까맣게 잊은 탓에

먼 훗날 거기서 숲이 나온다고 한다

 

땅속이 길인 땅강아지도 그냥 지나친

그늘 깊은 곳에서

기억보다 착하게 숲을 밀어내는

망각의 관용

​다람쥐는 종종

숨겨둔 도토리를 잊고는

몸짓을 바꿔가며 땅을 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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