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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

간월암看月庵에서*

by 담채淡彩 2023. 1. 22.

간월암看月庵에서 /담채


목이 마르다
천수만 한복판에서도 갈증하는 갈매기처럼 나는 언제나

천 년 귀목나무* 해풍에 젖는 간월암 관음전
그 안에 들어 목조보살좌상 아래 무릎을 꿇었다

극락도 아수라도 저 아래
염주 알 같은 생각들이 침묵을 거머쥐고 억겁을 흐르는 말씀의 바다
말의 뿌리가 피워 올리는 말의 여진이 쓰디쓴 탕약처럼 느리게,
그러나 깊게 스미는 참회의 시간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으며
지상에서의 나의 그림자는 어떤 모습으로 여운 질 것이며 이생의 닻은 어디에 내려지는가
천 년 하심下心에 들고 나는 문이 어디 있으랴만 이 작은 목조보살좌상 안에
큰 뜻 앉아계신다

당신 계신 곳 서쪽으로 삼만 리를 가도 닿을 수 없는 곳이라는데
나는 허공이 남긴 빛깔과 수수 만리 저 너머의 공간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물과 땅에 몸을 나눈 천수만 간월암
노승 두엇
삼백 예순 날 부처님께 비는지
하루 두 번 물길이 열린다

멀리 온 것 같으나
길은 제 자리

나는 없고
고요한 목조보살좌상
눈 감고 내가 깊어지면, 소리 없이 밀리는 저 흰빛


*

1395년 경 무학대사가 자신의 수행도구인 지팡이를 간월암 마당에 꽃으며 이 지팡이이가 나무로 자라면 조선의 국운이 흥할 것이며 죽으면 망할 것이라고 말하고 간월암을 떠났다고 한다. 그 지팡이는 죽다 살다를 반복하다 살아남아 20세기 중반인 1940년 무렵 만공滿空대사에 의해 발견되었다고 전해진다.

note
서산시 부석면에 위치한 간월암은 간조시에는 바닷물이 빠지면서 길이 생기고
만조시에는 바닷물이 차 길이 지워지는 작은 암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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