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꽃 편지/담채
세상으로 가는 緣 죄 자르고
구겨진 잎 다시 펴는 들꽃 한 무리
쓰러질 듯 바람 견디며
홀로 아름다운 옷을 입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곳에서
소리 소문 없이 첫꽃을 피우는 들꽃들
평생 바람 한 번 벗어난 일 없이
번번이 휘청거리며 날씨를 확인했을 것이다
문득, 삶의 높이를 재보는 들꽃들
비바람에 길을 놓치며
존재를 참고 사는 일이 애달팠을 것이다
바람이 긴 바퀴를 돌리며 계절을 몰아가는
동안에도 몸 깊이 씨앗을 앉히며
야생을 흘렀으리라
한 생애의 낱장 낱장 바람 속에 띄우며
하늘과 바람을 사랑한 죄로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는
야생의 고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