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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

발견

by 담채淡彩 2024. 2. 3.

발견/담채

 

무덤 속에서 편지가 발견되었다

망자*의 가슴에 고이 얹혀있었다

 

편지는 사백 년이 넘는 동안

절절한 그리움을 간직한 채 굳게 침묵하고 있었다

'당신이 나에게 이르기를 머리 세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 하시더니 어찌 나를 두고 먼저 가시옵니까'

한 자 한 자마다 수없이 퍼 올린 눈물의 무늬가

얼룩져 있었다

유복자를 두고 젊은 지아비가 떠난 후

여인은 자지도 먹지도 않았다고 전해졌다

몸보다 무거운 그리움이 물구나무서는 밤이면

달빛 틈 사이 삼베옷 스치는 소리 바다보다 깊었으리라

아비의 얼굴을 모르는 유복자는

동그랗게 눈을 뜨고 어미의 젖을 빨면서

제 아비를 닮아갔을 것이다

풍화암 절리같이 군데군데 금이 가고

누렇게 변색된 편지는

흙으로 스미는 물기를 스스로 삼켜 눅눅하게 젖어있었다

무덤 속에는

이미 죽음에 이른 것들이

내세를 두리번거린 흔적과

죽어서도 썩지 않는 사랑이 살고 있었다

 

 

* 경북 안동시 고성 이 씨 집안의 이응태로 추정.

미라로 발견된 망자의 가슴 위에서 부인이 쓴 편지가 발견되었다.

 

1998년 경북 안동에서 발견된 400년 전 무덤 속에서 여인의 미라와 그 미라가 쥐고 있던

편지가 발견 되었다.

부인이 남편한테 보내는 애틋한 사랑을 담은 이 편지에는 ‘내 머리카락을 잘라 신을 삼았는데,

이 신을 신어 보지도 못하고 돌아가셨다는 절절한 내용이 담겨 있다.

(머리칼을 잘라 엮어 만든 미투리는 지아비의 와병 중에 쾌유를 빌면서 만든 것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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