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담채
서쪽 하늘 유성우 하나
성호를 긋고 사라져간다
어둠과 어둠 사이 한밤의 중천을 바라보았을 때
나는 한 마리 짐승
초승달의 뒷면 저 푸르고 깊은 은하를 넘어
모래알 같은 별부스러기들을 안고
내 영혼은 어디로 흘러가는가
生은 이미 저무는 강변에 닿고 있다
나는 어쩌다 이상하게 살아남아
저 형형한 별빛 앞에 하얀 머리를 조아리며
밤하늘을 바라보는가
이제 시큰둥한 별들은 나를 보고도
더 이상 말을 걸어오지 않는다
먼 하늘에 흐르는 운명의 피 냄새
눈 깜박할 사이 운명의 회오리가 전신을
파고 들어 밤새 온몸을 찌른다
살아서 지은 죄와
무수한 풀꽃들의 봄과 여름과
내 사소한 욕망이 긴 그림자를 끌며
어딘가로 사라지는 굴절의 의 시간
별들은 멀리 있고
나는 나를 건너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