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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

이사移徙

by 담채淡彩 2023. 12. 29.

 

 

이사移徙/담채

 

파도가 깎지 못한

시원의 갯벌 밭

불쑥, 눈자루를 내민 농게 가족이 옴몸에 갯벌을

바르고 이사를 간다

두고 갈 것 없고

가져갈 것 없으므로

달 가듯이 참 홀가분하게 이사를 간다

먼 곳에서 달려온 갯바람이

축 처진 갯벌의 등판을 내리치는 손간

한 겹씩 수피를 벗겨내는 생명들

농게가 찾아가는 곳은

문패도 번지도 없는 펄 밭 빈 구멍이다

 

빈 소라의 깊이만큼 비밀한 삶들이

숨 쉬는 구멍

빈 몸으로 들어도 좋은 저 길은

속이 보이지 않아 더 싱싱하다

푸른 용달차를 타고

반 지하로 스며드는 가난이 생각 난 나는

집이 없어도 죄가 되지 않고

집이 없어도 꿈이 열리는 황홀한 걸음을 본다

한 번도 길을 잃은 적 없는

무소유처럼 가벼운 저 발자국 발자국들

부피도 질량도 없는

이웃 같고 마을 같고 어머니의 자궁 같은

사방에 널린 집이

출렁, 또 다른 바다가 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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