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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

가시 옷*

by 담채淡彩 2021. 4. 2.

가시 옷/담채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문 앞에서 웅성거렸다
현관문이 열리자 겨우내 고여있던 냄새가
왈칵 쏟아져 나왔다
집 안에서 공기를 나눠 마신 노부부가
앰뷸런스에 실려갔다
그 집은 더 이상 문이 열리지 않았다
두 노인이 사이좋게 나눠 마신 공기가 퉁퉁 불어
온 동네를 떠돌아다녔다
사람들은 가시 옷을 입고 바람을 묵상하기 시작했다
매일 가시가 박힌 옷을 입고 어떤 거리만큼
사람이 사람과 멀어져야 자신의 뼈와 자세를
지켜낼 수 있다고 믿었다
늙은 딸이 더 늙은 엄마가 보고 싶어
요양원을 찾은 날도 따로따로 공기를 쪼갠
후에라야 눈이라도 맞출 수 있었다
압축이 풀린 바람이 불안과 의심을 연신 몰고
오는 허공의 반란,
사람들은 허공에 대한 끈질긴 질문을 던지며
서로 더 멀어지고 가시 옷은 더 두꺼워졌다
이때부터 외로움은 하나의 종파가 되었다
노을이 모닥불처럼 타며 바람만 배회하는
텅 빈 거리 
어디선가 절망도 경쾌하게 bts노래가 흘러나온다

 

 

2021.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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