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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사랑이 다녀가는 무더운 여름 해 질 녘

by 담채淡彩 2024. 7. 18.

사랑이 다녀가는 무더운 여름 해 질 녘/담채

 

사람이 짐승을 업고 긴 방죽을 걸어가고 있다

물에 빠져 더욱 무거워진 새끼 염소를 업고

등이 흠뻑 젖은 노인

물에 빠진 염소는 할머니가 입고 있던 얇은 속옷처럼

등에 착 달라붙어 있다

노인은 가끔 고개를 돌려 염소와 눈을 맞췄다

할머니가 업고 가는 것은

짐이 아니라 쓸쓸한 측은함이다

늙어 감춰진 사랑이 무덤에 스며드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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