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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비 오는 날 외

by 담채淡彩 2024. 7. 28.

비 오는 날 / 담채

 
종일 쏟아지는 장맛비에
주황색 능소화 뚝뚝 떨어졌다
 
비처럼 젖는
세상의 예사로운 일이며
어떤 것은 축축하여
눅눅한지 여러 날이다
 
지렁이가 느릿느릿 길바닥을 지나가고 있다
우비를 입은 오토바이 배달꾼이
속도를 높이며 그 길을 통과했다
 
모든 결과는
언제 어떻게 다가오는 것인지
나는 길 위에
우두커니 서 있다
 
별나지 않은 사람들의 별나지 않은 일에
귀 기울이는 저녁까지
 
비는 그치지 않고
 
작은 상처 하나 봉합하지 못하는
오늘 같은 날은
 
저 산 너머 세상의 의붓자식 같은
나를 한 번 더 만나보는 것이다
 
 
 

길 위에서/담채

 

가고 싶은 길
가고 싶지 않은 길
 
가야만 하는 길
갈 수밖에 없는 길
 
우리는 늘
길에 대해 
기도하고 묵상하면서도
 
언제나
같은 길 위에 서 있다
 
다음 生에서라도 만나고 싶은
단 하나의 길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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