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의壽衣 /강성백
노모께서 손수 壽衣를 장만하셨다
수의는 마지막으로 生을 덮고
저 세상으로 훨 훨 날아서 가라는 옷이다
다시는 벗을 수 없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조여서 여미는 옷이다
세상 마지막 길은 쥐고 갈 것이 없으므로
누구의 것이나 주머니가 없는 옷이다
일생 主의 발 밑에 엎드린
무릎 아픈 어머니가 聖衣를 모신 듯
장롱 깊숙이 정히 모신
삼베옷 한 벌
이미 한 生을 떠나 따로 나앉은 듯
홀로 깨어 이승의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
누구나 제손으로 입을 수 없는
온몸으로 품었던 세상을 반납하고서야
비로소 입혀지는 마지막
한 벌의 옷
질기고 거친 삼베 자락 그 성근 결 사이로
눈 내리고 비 내리고 거친 흙바람이 지난다
이제, 더 이상 간섭할 수 없는 그 무엇이
남은 生의 거리를 재는지
시간이 빠르게 개입하고 있다
2009 . 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