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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

갯마을

by 담채淡彩 2020. 8. 6.

---  '석화'님의 작품(바람아 구름아...) 중에서 ---

 

갯마을

              /강성백

1

달의 힘을 물려받은 바다는
거대한 인력引力으로 섬사람들을 끌어들인다
깨진 유빙 조각 떼 지어 떠내려가는 천수만 한쪽
한 무리의 아낙네들이 언 바다에 엎드려 굴을 쪼고 있다
한 손에 조새* 쥐고 한 손에 양재기 들고
송곳 같은 바람 뒤집어쓰고 굴을 쪼고 있다

누군가는 뼛속에 바람이 들어서 오고
누군가는 그곳에서 길을 잃는다
바다는 이 마을의 누대의 허기를 다스려왔으므로
오래된 허기들이 한사코 바닷속으로 빨려 드는 것이다
뼛속에 바람이 든 사람들이 간간이 먹먹한 혈穴을 짚으며
노란 양재기 속을 들여다보는 시간
별이 되려다 한恨이 된 굴이 연신 글썽거린다

한 걸음 달아나면 두 걸음 따라오는 바다
달이 힘껏 들어 올린 바다가 가장자리를 내어주자
퉁퉁 부어오른 발목들이 서로의 상처를 들여다보며
바다 쪽으로 가고 있다
절룩절룩 일렬로 걸어가는 뒷모습은
커다란 연탄집게를 벌려놓은 듯
이빨을 벌린 장수풍뎅이가 거꾸로 선 모습을 닮아있다
한결같이 갯벌 밭에 쪼그리고 앉아
좌향 한 번 틀지 못한 형벌의 흔적이다

2

출항한 갈매기 떼 물때 따라 돌아오고
외로운 등불 하나 둘 켜지는 외진 갯마을
앞집에서 전을 부치고 뒷집에서 전을 부친다
난바다 배 타고 떠난 젊은 아버지들 한꺼번에
돌아오지 못한 날이다
이 마을의 슬픔은 아득한 해저에 날것으로 누워있다
해무가 기어오르듯 소리 없이 뭍으로 오는 것이다

바다의 인력에 갇혀
일생 비린 유전자를 끼고 가는 사람들
오롯이 바다에 들어 누대의 허기를 덮어온 저 길은
얼마나 서럽고 아름다운가
바다는 난해한 삶들을 함부로 거둔 적이 없으나
한 번 간이 밴 삶들을
버리지 않는다 
아슬한 벼랑에 알을 낳고 수수 억 년
후사를 이어가는 물새들이 검푸른 바다에서
일생을 마감하는 것도 이와 다르지 않다 

* 굴 껍데기를 깔 때 사용하는 호미와 비슷한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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