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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

아름다운 집념

by 담채淡彩 2021. 1. 16.

아름다운 집념/강성백

 

 

들녘 외딴집 처마 밑 빨랫줄에

제비가 집을 짓는다

만삭의 제비가 끼니도 거른 채 외줄 위에

집을 짓는다

한 입 한 입 물어 나른 흙이

밥사발 모양으로 둥글어갈 즈음

뿌연 흙가루를 뿌리며 황사바람이 지나갔다

짓다 만 둥지가 거꾸로 뒤집혀

대롱대롱 흔들렸다

 

두 눈이 충혈된 제비가

흔들리는 빨랫줄에 앉아 뒤집힌 둥지를

쳐다보고 있다

눈 앞이 캄캄했을 것이다

한참 동안 빨랫줄에 앉아있던 제비가

다시 흙을 물어 나르기 시작했다

어깨뼈가 으서지도록 들녘을 오가며

뒤집힌 둥지 위에 젖은 흙을 덧붙여 나갔다

순간 또 한 차례의 돌풍이 빨랫줄을 흔들었다

출렁, 짓다 만 두 번째 집에서

한쪽 벽이 흘러내렸다

 

낙심한 제비가 죽지 안에 부리를 묻고

몇 시간째 빨랫줄에 앉아있다

잔뜩 웅크린 몸속에서 금방이라도 무르익은 알들이

쏟아질 듯 위태로운 시간이 길게 흘렀다

야생의 길에는 샛길이 없는 걸까

부스스 몸을 털고 일어난 제비가 미사일이 나가듯

갑자기 공중으로 솟구쳤다

연푸른 풀빛 사이로 수백 수천 번

들녘을 오가며 아사달이 탑을 쌓듯

한 켜 한 켜 혼을 쌓아올렸다  

세 번째 집이 삼각형 모양의 위쪽으로 앉고 나서야

비로소 둥지가 완성되었다

위대한 집념이다

먼 하늘에서 풀씨 같은 별들의 점등이 시작되었다

고요한 둥지 안에서

곧 산란이 시작될 것이었다

 

 

note

2002.04 출장 중 농가에 들른 적이 있다.

주인의 안내로 안방에 들어서다가 처마 밑에 걸린 세 개가 하나로 붙어있는 제비집을 보았다.

신기하여 주인에게 설명을 청하고, 그대로 옮겨쓰다.

만삭의 몸으로 연거푸 무너져내린 둥지를 다시 세운 미물의 집념이 조용한 파장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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