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 /담채
저수지 제방 우거진 풀섶에
신발 양말 한 컬레 가지런히 놓여있다
그 아래 물안개 자욱한 수면 위로
둥두렷 떠오른 익사체 한 구
다음 生을 끌고 갈 물속이 궁금했던지
얼굴을 담그고 뒤집혀서 떠 있다
언젠가는 바다로 흘러갈 물길 속으로
신발을 벗듯 양말을 벗듯 훌렁, 生을 벗어던진
저 싸늘함
그는 그냥 한 덩어리 체념이다
그가 다닌 길도
그가 섬겨온 시간들도
한꺼번에 빠져나간 듯 모든 길이 끊어진 生의 종말
한 生이 마감되는 동안에도
들풀은 무성하고 벼이삭이 여문다
새파란 하늘을 쉴 새 없이 가로지르는 새떼들이
한 영혼을 데려가는 듯 바람도 멈춘 늦가을 늦은 오후
세상의 소리들을 모두 삼켜버린 듯
고요한 수면으로
조용히 철새 한 마리 내린다
문상객처럼
멀리서 날아온 큰딸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