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담채
달밤에 쇠똥구리 하나
제 몸보다 열 배나 큰 바위를
힘겹게 굴리며 가고 있구나
저 위대한 노동이 묵묵히 끌고 온 슬하
아, 아버지
허기로 저무는 길 위에서
자꾸만 물이 켰으리
아버지의 등/담채
자정 넘어
아버지 검은 등이
형광등 아래 쓰러져 있다
수백 년 노송의 몸피 같이 굳어있다
조용한 목마름이
저 등을 타고 흘렀을 것이다
지친 등이 힘을 모아 웅크리고 나귀처럼 잠든 밤
철부지 육 남매 포개 업고
동트는 새벽 들판
달리는 소리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