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自作詩

어부漁夫*

by 담채淡彩 2021. 5. 23.

 

어부漁夫/담채

 

 

물질을 마치고 허우적허우적 뱃머리에 솟구치는
젊은 해녀海女
그녀는 두 아이의 엄마, 꽃물 게워내는 중이다
수백 미터 밖에서도 피 냄새를 맡는다는 식인상어가
미친 듯이 달려와 그녀를 덮쳤다
톱날 같은 이빨이 그녀를 찢어발기며
수중으로 사라진 눈 깜짝할 사이
이 절박한 순간에도 한 배船를 탄 어부 남편은 무용지물이다
어부는 물거품 위로 떠오른
아내의 마지막 눈빛과 찢어진 잠수복 조각과
가닥 가닥 끊어진 창자 몇 조각을 수습하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투명 비닐봉지 속에 들어간 서른 셋 아내의 무게가
소라 몇 개의 무게보다 더 가벼웠다 
투명한 비닐봉지 안에는 이리저리 물결에 떠밀리던
살점들이 물 밖 세상을 단단히 움켜쥐고
한데 엉겨 붙어 있었다

 

 

note

30여 년 전 서해 안면도에서 젊은 해녀가 식인상어에게 참변을 당했다.
어부인 그녀의 남편은 내가 잘 아는 후배이다.
비보를 듣고 현장으로 달려갔었다.
후일, 당시 상황을 전해듣고 쓴 글이다.

 

 

'自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雨 - 2011 여름*  (0) 2021.08.24
봄날이 간다*  (0) 2021.05.27
아버지*  (0) 2021.05.13
그 길*  (0) 2021.05.12
독방獨房*  (0) 2021.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