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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

봄날이 간다*

by 담채淡彩 2021. 5. 27.

 

봄날이 간다/담채

 

고추 벌레 구멍 같은 길을
침묵으로 뚫고 온 꽃 한 송이 
달걀 3개로 석유 한 홉을 바꿔
등잔 불 밑에서 읽었던 소설책처럼 읽고 또 읽는다 
꽃잎은 한없이 아름답고 가벼워 바람이 데려가는가
황사가 지나간 후 꽃이 보이지 않는다
꽃을 보러 왔던 새들도 산으로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이제 그만 툭, 부러져 놓아주고 싶은
아름다운 것들

이 쇠잔한 老年에 표착한 봄날이
샛길 하나 없이 진다

 

note

 

이제 또 다른 불안을 내 허파에 기른다
작고 소외된 것들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그것들을 통해 나를 들여다보고
가장 중요한 얘기를 가장 순한 것들에게 걸어서 대화를 나눈다
초긴장과 같은 이름 모를 어느 生의 삶과 죽음의 순간을
가장 따뜻한 언어로 옮기고 싶을 때
나는, 나에 대하여 자연에 대하여 세상에 대하여
한 번 더 질문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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