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自作詩

여승과 핸드폰*

by 담채淡彩 2022. 8. 5.

 

여승과 핸드폰/강성백

 

바랑을 멘 여승이 흔들리는 지하철 안에서
핸드폰 문자를 보내고 있다
팔만대장경을 판각하듯 한 자 한 자
글자를 찍는다
갈 길은 멀고 지하철은 흔들리는데
저 너그럽고 둥근 下心 바람과 구름을 넘어
어디로 가는 걸까
누군가는 노을 지는 길 위에서
누군가는 싸리비 지나간 절 마당에서
길 위의 소식을 받고
따뜻한 저녁이 오기를 기도하게 될 것이다
목마른 求道의 맨발들이
모래 우는 광야의 언덕에서 붓다를 기다릴 때
저 핸드폰이 있었더라면
발바닥이 갈라지지 않고도 사막을 건넜을지
모른다
이 땅에 淨土를 세우는 가파른 수행의 길을
질러왔을지 모른다
사바의 중심에서 무한의 시공을 건너가는
저 무형의  문자처럼
고단한 그 길에 파문이 없기를

 

​20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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